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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5일 화요일

가속주의: 크루즈 컨트롤 Accelerationism: Cruise Control ―― 맥켄지 워크(McKenzie Wark)

가속주의: 크루즈 컨트롤
Accelerationism: Cruise Control


01. 가속주의에 관한 대부분의 관념들―찬성과 반대―이 자본주의는 항상 다소간 동일한 것이라고 가정한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자본주의는 자체를 긍정할 수 있는데, 가속되어 미래에 무언가 다른 것이 된다. 또는 그것은 부정되어 무언가 다른 것에 의해 전복될 수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 자체는 항상 동일한 듯 보인다.

02. 그런데 그러한가? 이것은 여전히 자본주의인가? 그것이 더 나쁜 것이었다면 어쩔 것인가? 어딘가 다른 곳에서 내가 주장한 적이 있듯이, 우리는 상품 경제가 이미 세 단계―토지의 인클로저, 물건의 대량 생산 그리고 정보의 상품화―를 거쳤다고 가정할 수 있을 것이다. 각 단계는 별개의 사적 소유 형태인데, 계급들, 소유자와 비소유자들의 연속적인 양극화를 낳는다.

03. 변형적 가능성들은 소유 형태가 전개되는 각 단계와 더불어 변화한다. 토지 인클로저는 반동적이고 유토피아적인 농노 저항을 낳았다. 상품으로서의 물건의 대량 생산은 급진적이면서 개혁주의적인 노동 운동들을 낳았다. 이런 진행 중인 착취 형식들의 꼭대기에 층을 이루는 새로운 착취 형식들은 새로운 종류들의 논쟁과 조정을 낳고 있다.

04. 새로운 상품화 단계는 노동으로부터 잉여 가치를 추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기보다는 놀이로부터 잉여 정보를 추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것은 정보를 공짜로 제공하지만, 그 대가로 더 많은 정보―잉여 정보―를 추출함으로써 가치를 추출한다.

05. 그런데 이런 새로운 형태의 상품 경제는 도전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그것이 야기하는 대항 흐름들은 '정치'라는 범주로 적절히 포착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 투쟁은, 보그다노프(Bogdanov)가 말하곤 했듯이, 상품화와 더 나은 조직 형태들의 가능성 사이에 벌어질 것이다. 조직의 문제는 동시에 자원, 기법, 인간 및 비인간의 힘, 정동과 정보에 관한 문제이다.

06. 예전에 대체로 전향적이었던 좌파 담론이 이제는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는가? 그것은 자체의 두 번째 10월을 바란다. 또는, 그것은 그리스도-레닌-메시아를 바란다. 그것은 도약과 사건들을 바란다. 어떤 자율적 영역도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이는 시기에 그것은 정치적 활동의 자율적 영역을 바란다. 조직 양식들의 문제가 다시, 그리고 정치 이론의 영역 바깥에서 제기되어야 한다.

07. 물론 "아무 대안도 없다"는 언어에 대해 굴복하는 비정치적 이론보다 정치적 이론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우리 대안들은 영원한 자본주의에 대한 몰역사적, 철학적 이해들이 아니라, 상품 관계의 현재 형식들에 대한 분석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우리는 카스토리아디스(Castoriadis)가 상상적 제도―이것으로 조직이 자체의 형태에 함축된 국면 변화들을 찾아낸다―라고 부른 것을 재개해야 한다.

08. 그들이 구사하는 수사법으로 그들을 알게 될 것이다. 요즈음 이야기는 붕괴, 창조, 파괴에 관한 것이다. 아방가르드와 혁명가들의 옛 언어는 이제 실리콘 밸리 홍보 담당자들의 분야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언어에 대한 주의 깊은 분석이 필요하며, 그리고 새로운 아방가르드가 필요하다. 이것이 자체의 지속 수단을 해체하느라고 바쁜 상품 경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것은 착상들이 고갈되어 버렸다. 신자유주의 국가의 과업은, 이것이 결국 덜 효율적이고 덜 효과적인 조직 형태들을 초래할지라도, 사회적인 것들이 상품화되도록 그것들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래서, 차더 스쿨에 아이패드를 배치하자! 그 결과는 덜 효과적이고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인데, 그것이 물론 목표이다.

09. 우리 시대의 지배 계급은 지대 추구 계급(rentier class)이다. 그것은 사실상 혁신적이지 않고 파괴적이지 않다. 그것은 아무것도 가속화하지 않는다. 기술적 혁신은 상품화를 새로운, 더 추상적인 차원, 즉 정보의 차원으로 밀어붙였다. 그런데 계획은 대체로 그런 영역들에서 유사 독점적인 지대 추구 행동에 밧줄을 쳐서 지속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지배 계급―내가 벡터적 계급(vectorial class)으로 부르는 것―은 정보가 정말로 '혁신'의 양식이 아니라 조직 통제의 양식이기를 바란다.

10. 이런 바로크적 질서에 대한 도전은 더미의 기반에 놓여 있는, 그것이 실존의 물질적 조건과 맺고 있는 관계 안에 전적으로 속한다. 부정은 항상 아래에서 비롯된다. 위로부터의 부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모라에 맞서는 판단을 제공할 절대적 타자성의 다른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순수한 보편적인 평등성의 보복 천사 같은 코뮨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지의 것을 향한 부조리주의적 도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벡터적 계급에게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는 것은 그것 자체의 해체의 체계적 성질이다. 그 목록에서 첫 번째 항목이지만 마지막 항목은 아닌 것은 항상 증가하는 대기중 탄소의 수준이다. 붕괴를 촉발할 것은 철학이나 예술이 아니라 식량 가격의 급등이다.

11. 상품 경제는 자체의 유독한 접촉으로 무엇이든 모든 것을 감염시키는, 알튀세르가 "표현적 총체"라고 부른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자본주의적인 것도 아니며, 오히려 상품 조직 양식과 비상품 조직 양식의 이질적인 혼합물이다. 또한 상품 형식들은 최소한 세 가지의 역사적 형식으로 분화되는데, 토지, 자본 그리고 정보를 사유 재산의 형식으로 만든다. 자본주의는 총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의 부정도 총체적이지 않다. 이질적인 형식과 목표들을 함께 분명히 표현하는 더 추상적이면서 더 구체적인 조직의 언어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최소한 라클라우(Laclau) 무페(Mouffe) 그리고 스튜어트(Stuart)의 유산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다.

12. 가속주의 비판가들은 나 역시 총체적 부정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고 말할 것이다. 사실상 그렇다. 그런데 이것은 드보르(Debord)가 "낙관주의의 어리석은 잡담"이라고 부른 것을 제거하고 전략적 사유의 공간을 개방한다. 조직 사상가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질서정연한 퇴각을 조직하는 것이다. 다양한 점에서 지금으로서는 질서정연한 퇴각이 우리의 과업일 것이다. 그것은 유토피아적 상상을 풀어놓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데, 비록 그것이 사도 바울의 절멸시키는 천사들이 아니라 샤를 푸리에(Charles Fourier)의 퀴어 코스모스일지라도 말이다.

13. 그래서 자격을 갖춘 한 가지 가속주의가 존재한다. 자본주의는 몰역사적이라는 점도 수용하지 않고, 자본주의의 가속화가 실제로 '진보'라는 점도 수용하지 않는 가속주의. 그런데 과거 또는 신비로운 타자를 너무 많이 믿지 않는 가속주의. 난제는 세계를 조직하는 데 있어서 손 닿는 곳에 있는 다양한 하부구조로 더 잘 해내는 것이다.

14. EP 톰슨(Thompson)이 절멸주의(exterminism)라고 부른 것의 언어에는 어떤 매력이 있다. 인간중심적 세계에 관한 추상적 사유로서 이천 년 동안 실패한 이후에 철학은 그 부분을 정말 건너뛰고 인간 없는 세계에 관한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상관주의적 철학들이 아니라, 더 말할 것도 없이 철학과 관련되어 있다. 철학자들이 인간을 구원할 것이었다면, 그들은 이미 그렇게 했었을 것이다. 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들의 다른 연결망들 속에서 전적으로 다른 종류들의 사유를 조직할 시기이다. 사유의 문제는 조직적 문제이다. 주인 사상가들의 스펙터클을 끝내자.

15. 그렇다면 돌아갈 길은 없다. 우리는 과거-현재-미래를 연결짓는 새로운 시간적 재즈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시간적 재즈를 사유하는 현실의 타자들과 함께 더 다원적인 형식으로 생각하자. 가속주의를 코드보 이슌(Kodwo Eshun)의 아프로퓨처리즘(afrofuturism), 베아트리즈 프레치아도(Beatriz Preciado)의 젠더 디엔지니어링(gender de-engineering), 고인이 된 슐라미스 파이어스톤(Shulamith Firestone)의 테크노페미니즘(techno-feminism) 등과 결합하자. 또 다시 계층 구조에서, 그리고 어떤 역사적 레카토 주법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자. 지금까지 어떤 가속주의적 동지들은 차이들로부터 추상하는 어떤 진부한 양식들에 의존했다. 오히려 우리는 새로운 종류의 추상화, 그저 낡은 가부장적 규범들을 단언함으로써 그런 차이들을 없애버리지 않는 추상화가 필요하다. 우리를 위한 미래를 계획해 달라고 아버지에게 요청하는 것은 비행하지 못할 것이다. 낡은 유형의 추상된 합리성에 기반을 둔 대규모의 계획은 전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하부구조가 큰 것들의 작은 그물코가 아니라 작은 것들의 큰 그물코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하부구조가 정초하고 있는 반석을 대단히 블안정하게 만들어서 그 반석이 점점 더 붕괴에 취약하게 되었다.

16. 그런데 또 다시 계층 구조에서 생각하라고 요청한다는 점에서 윌리엄스와 스르니체크 같은 가속주의자들은 옳다. 적은 확실히 존재한다. 필립 미로우스키가 우리에게 적의 계획을 제시했다. 첫째, 그것이 먹힐 동안에는 기후 변화의 실재성에 관해 거짓말을 하라. 둘째, 상품 형식을 바꾸지 않은 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활용하라. 세째, 탄소 배출을 절감하지 않은 채 대기중 탄소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지구공학을 활용하라. 요약하면 적의 계획은 우리를 더욱 더 괴롭히는 것이다. 사유 재산을 위해 그들이 희생시키지 않을 것은 생명 자체를 비롯하여 아무것도 없다.

17. 생명력은 국가의 주요한 목적이 아니다. 그렇다. 국가는 국민에 맞서 무장하고 있다. 국가는 전 국민에 대한 감시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필요하다면, 국가가 우리에 맞서 재산을 옹호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것이 국가의 처음이자 마지막 임무이다. 여러분은 공포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지배 계급은, 조용한 순간들에, 국가가 자체의 과업을 해내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18. 그렇다면 우리의 과업은 가장 힘든 과업이다. 질서정연한 후퇴. 파산 선고를 받고 기력이 떨어진, 상품화에 기반을 둔 이 조직 형식이 내일 사라질지라도, 물질적 실존 조건은 여전히 우리에게 적대적이다. 과거의 역사적인 갈고리를 원한다면, 그것은 바스티유의 습격이 아니라 모스크바로부터의 퇴각이다. 모든 친프랑스적 행위 이론의 변함없는 중심인 자코뱅적 정치 모형을 끝내자. 프랑스중심적 세계를 고수해야 한다면, 그것과 양쪽 측면을 접하고 있는 클라우제비츠(Clausewitz)나 푸리에를 읽고, 그래서 행위를 상상의 정치적 문제에서 더 하부구조적인 문제들로 옮기자.

19. 우리는 약한 사회적 고리들의 약한 권력 위에 정초할 수 있는가? 추상된 사회성의 권태, 무관심, 불투명함 그리고 양가성이 긍정적인 힘이 될 수 있는가? 우리는 데이터펑크(datapunk)일 수 있는가? 여기에 삼 기가바이트가 있다, 가서 당신 자신의 사회를 구성하라. 우리는 메타펑크(metapunk)일 수 있는가? 우리는 자신의 메타데이터를 관리하고, 적절한 채널들의 그림자 속에서 횡단적 조직들을 구축할 수 있는가? 우리는 파이프라인 앞에 자기 육체를 내놓을 태세가 되어 있는 사람들을 뒷받침하는 방대한 익명의 지지 집단일 수 있는가? 우리는 인프라펑크(infrapunk), 즉 다른 한 삶의 구조의 작은 조각들의 건설자일 수 있는가? 

20. 우리는 현대 예술과 절연할 수 있는가?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면 행운을 빈다. 우리는 모두 자기 본업이 있다. 우리는 성공적인 예술가를 그저 본업을 갖고 있는 다른 한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그의 진짜 일은 무언가 다른 것인지 물을 수 있는가? 우리 시대의 실제 예술은 조직적일 뿐이다. 그것은 실제 제약 속에서 작동하면서 부분적으로 탈상품화하는 자원의 조직들을 제안한다. 현대 예술은 쓸모없는 사람들에게 쓸모없는 것일 뿐이다. 여러분이 얻을 수 있다면, 해지 펀드들의 돈을 취하라. 그러나 그들의 가치 감각은 결코 취하지 마라. 우리 모형은 아스게르 요른(Asger Jorn)이어야 하는데, 그는 수집가들로부터 돈을 취하여 전후 유럽의 가장 거대한 아방가르드들에 투자했다.

21. 요른이 뒷받침한 아방가르드들은 불안정한 사람들이었다. 여기 지나치게 개발된 세계에서 이것은 이제 일반적인 조건이다. 지배 계급은 지대를 수금하기를 바라지만 어느 누구도 고용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평소처럼 운영되는 사업은 실제 노동을 점점 더 적게 필요로 하는 반면에, 탈탄소 생산 양식을 향한 질적인 변화는 수십 년 동안 계속 분주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구조적인 양도를 거의 하지 않는 국가를 현재 소유하고 있는 지배 계급에 맞서 벌어지는 그런 변화는 많은 구성 요소들의 사회적 운동을 조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2. 우리가 당대의 명백한 '정치'을 적절히 명명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신자유주의적 정치가 아니라 파시스트적 정치이다. 동의는 증오할 외집단을 가리킴으로써만 확보된다. 당대의 공물은 대단히 변변치 않아서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훨씬 더 나쁜 것을 겪도록 함으로써 유의미한 듯 보이게 될 수 있을 뿐이다. 파시즘에 맞서는 새로운 인민 전선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 더 큰 운동에서 우리의 위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23. 탈포드주의와 후기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는 현재의 생산 양식에 대한 빈약한 이름이다. 그 이름은 그것의 새로운 특징들이 아니라 한 가지 낡은 특징에 주의를 집중하게 만든다. 그것은 국가의 한 가지 특징만을 적절히 명명할 뿐이다. 자유주의적 국가는 시장을 규율했던 반면에, 현재 신자유주의적 국가를 규율하는 것은 시장이다. 상품 경제의 신흥 형식들을 서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 그것은 신-무엇이거나 탈-무엇이 아니다. 그것은 후기 자본주의나 인지 자본주의가 아니다. 수식어들을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존재론적 변양태, 즉 정보라는 범주의 역사적 생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것을 서술할 새로운 언어를 고안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언어들을 더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나 오랫 동안 동일한 낡은 책들을 읽었다.

24. 하나의 존재론적 실재로서의 정보의 역사적 생산은 냉전의 조직적 난제들의 산물이다. 상이한 생산 양식들을 갖추고 있던 소비에트와 미합중국 둘 다가 그것에 이르렀다는 점은 흥미롭다. 정보의 실재의 역사적 생산은 철저히 자본주의적인 생산 관계들과 독립적이다. 그런데 당분간 다른 한 조직 모형에 대한 약속은 여전히 상품 형식 속에 갇혀 있는데, 그것이 꽤 새롭고 기묘한 상품 형식, 즉 철저히 자본주의적인 물건의 대량 생산 형식들의 외부에서 이미 조직된 형식일지라도 말이다.


25. 새로운 상품 형식―정보―이 새로운 종류들의 계급 관계를 산출하고 있다. 여기서 아방가르드는 또 다시 입수 가능한 고전적 역할―신흥 계급의 일상 생활 형식들로 실험할―을 찾아낸다. 이제 전적으로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 세계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우리에게는 얻어야 할 세계가 있다! 미셀 베른슈타인(Michele Bernstein)와 함께 우리는 "세계의 괴물들이여, 단결하라!"라고 외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세계의 데이터펑크들이여, 단결하라! 우리는 잃을 세계가 없다!

정보: 만물의 척도? 1부: 통신, 코드 그리고 계산 - 요한 존

http://blog.daum.net/nanomat/929

정보: 만물의 척도? 1부: 통신, 코드 그리고 계산
Information: The Measure of All Things? Part I: Communication, Code and Computation


은유(metaphor)는 인간 소통의 특징이고, 과학적 사고의 필수적인 도구이다. 더 형식적인 자매인 유추(analogy)와 함께 은유 덕분에 우리는 기지의 것에서 미지의 것으로 이어지는 언어적 및 개념적 교량을 만들어낼 수 있다. 과학의 가장 위대한 획기적인 업적들 가운데 일부는 겉보기에 관련이 없는 개념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유추적 도약으로 시작했다. 아이작 뉴턴(Issac Newton)이 지구를 공전하는 달의 운동이 그냥 영구적으로 계속 낙하하도록 강하게 던져진 공의 운동과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는 천상을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이런 추리 노선 덕분에 뉴턴은 지상의 현상과 천상의 현상 둘 다에 대해 동일한 결정론적 법칙들이 성립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발견의 여파로 일어난 과학 혁명은 계몽주의 사상가들로 하여금 우주가 시계 장치―그것의 구성 요소들이 조정된 기계적 정확도로 회전하는 톱니바퀴와 기어들로 얽혀 있는―처럼 작동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하였다. 바이올린 현의 진동과 소리 파동 및 빛 파동의 전파는 파동 운동이라는 유추에 의해 연결되었다. 또한 유추는 원자 시대에 진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는 원자를 태양계에 비유했는데, 태양을 공전하는 행성처럼 전자들이 중심 핵을 공전한다. 통신과 유전학이라는 쌍둥이 혁명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대중적인 과학적 은유들 가운데 하나를 생성했는데, 그것은 DNA 분자―한 세대에서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유전의 담지자―가 하나의 코드, 또는 청사진, 또는 심지어 "생명의 서"라는 관념이다.

일련의 에세이들을 연재하는 동안 나는 코드라는 은유와 그것이 어떻게 생물학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탐구하고 싶다. 코드 은유에 대한 탐구는 두 가지 관련된 의문들을 중심으로 하여 전개된다. 첫째, 세포, 세포막, 단백질 그리고 화학 결합에 관한 기초적인 사실들이 어떻게 '인코딩(encoding)', '디코딩(decoding)', '전사(transcription)', '번역(translation)' 그리고 '편집(editing)' 같은 낱말들―전자통신과 암호학의 언어―의 바다에 빠지게 되었는가? 둘째, 코드 은유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생물학에서 가장 흥미롭고 어려운 문제들 가운데 일부를 은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가 생물학을 다루기 전에, 얼마간 기초를 마련하여 현대 과학자들이 "정보"와 "코드" 같은 낱말들을 사용할 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그래서 이 연작의 첫 번째 부분에서 나는 정보라는 현대적 개념 구상으로 이어진 맹아적 작업을 살펴보고 싶다.

19세기에 시작된 일련의 기술적 혁명의 물결이 인간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식을 변형시켰다. 전신과 전화 덕분에 거의 순간적인 전지구적 정보 교환이 가능해졌다. 기술 그리고 급격한 변화 속도는 새로운 의문들을 과학적 사고의 전면에 내세웠다. 우리가 전보를 보낼 때, 또는 전화를 걸 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우리가 메시지를 송신할 때, 전선을 따라, 또는 에테르를 통과하여 전송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말해서, 정보는 무엇인가?

'정보(information)'는 'inform'이라는 동사에서 유래되었고, '지도하다' 또는 '가르치다'를 의미하는 옛 프랑스어informer에서 유래되었다. 이 프랑스어는 '형성하거나 구성하다'를 의미하는, 그리고 은유적으로 어떤 관념의 '윤곽을 그리다' 또는 '밑그림을 그리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informare에서 유래되었다. 어떤 메시지가 정보를 제공하는(informative) 것이기 위해서는 의미를 품고 있어야 하는데, 즉 그것이 지시적이고,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구조화된 무언가를 전달해야 한다. 정보라는 개념은 그것의 용도―수신자의 마음에 관념들을 형성시키는 것―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정보에 대한 현대적 이해는 이런 연결을 단절할 것을 요구했다. 정보는 의미로부터 단절되어 벌거벗은 형태로, 즉 한 장소에서 다른 한 장소로 송신될 수 있는 어떤 종류의 '무언가'로 파악되어야 했다. 전자통신의 선구자들이 깨달았듯이, 이 '무언가'는 물질 또는 에너지, 즉 낡은 시계 장치 우주의 믿음직한 톱니바퀴와 기어들과 매우 달랐다. 어떤 메시지의 "내용(content)'은 매체의 본성에 의존하지 않는 듯 보였다. 결국, 전서구, 기계적 신호 장치 그리고 전보는 모두 동일한 기본 문자 또는 낱말들을 전송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정보 이론은 1948년에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이 "통신의 수학적 이론(A 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을 때 탄생했다. 섀넌은 "통신의 근본적인 문제는 한 지점에서 선택된 메시지를 다른 한 지점에서 정확히 또는 거의 정확히 재생산하는 것의 문제이다"라고 주장했다. 섀넌은 "메시지"라는 낱말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는 전보 또는 전화를 생각하고 있는가? 그것들은 초고속 통신의 시대로 진입하게 한 두 가지 기술이었다. 모스 코드(Morse code) 같은 전신 코드는 알파벳의 각 문자를 일련의 가청적 '점(dot)'과 '대시(dash)'들로 번역한다. 예를 들면, 문자 'A'는 하나의 점과 하나의 대시로 코드화되고, 문자 'B'는 하나의 대시와 세 개의 점으로 코드화된다. 전신 기사들은 점과 대시들의 유형들에 귀를 기울여 그것들을 다시 영어 문자들로 디코딩한다.

1844년에 최초로 사용된 모스 코드는 때때로 최초의 디지털 신호전달 체계로 간주되지만, 엄격히 말하자면, 이산적인 기호들을 사용하는 신호전달 체계라면 무엇이든 디지털 체계이다. 이산적인 코드의 표현력은 기호들을 조합한 유형들을 만들어내는 데서 비롯된다. 고정된 일단의 기호들을 감안하면, 더 많은 기호들을 엮을수록 더 많은 유형들이 가능해지며, 조합적으로 가능한 것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한 문자 열은 26개만 가능할 뿐이지만, 두 문자 열은 676(26^2)개가 가능하며, 그리고 세 문자 열은 17586(26^3)개가 가능하다. 이런 문자열들은 숫자, 문자, 사람, 장소 또는 사물 등 무엇이든 나타낼 수 있다. 그런 코드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것은 오직 각 열과 그것에 대응하는 의미 또는 목적을 나열하는 순람표이다. 가장 간단한 가능한 이산적인 코드는 이진 코드인데, 그것은 두 개의 부호, 이진 부호(binary digit) 또는 비트(bit), 즉 0과 1을 포함할 뿐이다. 이진 코드의 소수의 부호들이 결코 그것이 나타낼 수 있는 기호들의 수를 제한하지 않는데, 표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열의 비트 수를 증가시키기만 하면 된다. 2비트 코드는 그저 네 개의 가능한 메시지(2^2)를 표현할 수 있다. 몇 개의 비트를 더 더해서 ASCII 코드 같은 7비트 코드를 형성하면 128(2^7)개의 상이한 기호를 표현할 수 있다.

순람표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이진 코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독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그것은 기계를 다룰 때 특히 유용하다. 또한 이진 코드의 영과 일이라는 부호들은 '오프(off)'와 '온(on)', 또는 '부재'와 '존재'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 단순한 기호들은 기계 제어용으로 사용하기가 비교적 용이했다. 18세기에 프랑스 직공들이 발명한 천공 카드는 일종의 이진 코드를 사용했는데, 여기서는 구멍이 올리거나 아니면 내릴 수 있는 베틀의 기계 장치를 제어했다. 그저 카드 위 구멍들의 유형을 바꿈으로써 직공들은 다양한 상이한 직물 유형들을 제작할 수 있었다. 일 세기 후에 유사한 이진 기계 장치가 자동연주 피아노의 설계에 도입되었는데, 피아노 롤의 한 특수한 지점에 뚫린 구멍이 대응하는 키를 두드릴 망치를 기동시켰다. 프랑스 직공들이 사용한 천공 카드로부터 영감을 받은 헤르만 홀러리스(Herman Hollerith)는 천공 카드를 자신의 전기 계산 기계에 대한 입력으로 사용했다. 그는 이 기계를 사용하여 1890년 미합중국 인구 조사 자료를 편찬했는데, 편찬 과정을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 만들었다.

숫자와 문자들은 이미 이산적인 기호이고, 그래서 그것들이 상이한 일련의 기호들을 사용하여 코드화될 수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인간의 목소리는, 그것의 미묘한 어조와 굴절에도 불구하고, 이산적인 코드로 환원될 수 있는가? 소리 파동은 일반적으로 아날로그적인 것으로 이해되는데, 그것은 에너지의 연속적인 변이로서 결코 이산적인 기호들의 전신적 흐름처럼 보이지 않는다. 전화는 한 유형의 연속적인 신호, 소리 파동을 다른 유형의 연속적인 신호, 전자기파로 변환시킬 뿐이다. 소리 파동(또는 영상) 같은 연속적인 신호는 신호의 세기에 대한 유한한 일련의 이산적인 측정들―이른바 "샘플(sample)"들―로부터 재구성될 수 있다. 신호 세기는 숫자이고, 그래서 이산적인 코드를 사용하여 코드화될 수 있다. 섀넌과 다른 연구자들은, 충분히 많은 수의 샘플들로 아무 손실도 없이 연속적인 신호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런데, 무엇의 손실? 그것은 의미가 아니었다. 섀넌은, 최소한 효율적 통신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보면, "메시지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아무 관련도 없다"고 믿었다. 섀넌은 어떤 메시지가 의미하는 것에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라, 통신 동안 전송되고 있는(그리고 소음 또는 결함이 있는 채널 때문에 때때로 손실될 수 있는) 특수한 것을 수량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통신 회선들에 의해 실제로 전송되고 있는 것을 측정하는 양을 고안했다. 이 양은 기호들의 어떤 집합도 코드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비트라는 화폐로 명명되었다. '정보'라는 낱말의 구어적 이해와 상출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섀넌은 자신이 수량화하고 있는 그 사물을 '정보'라고 부르기로 결정했다. 정보에 관한 그의 개념 구상은 이산적인 기호들을 전송하는 것을 포함하는 통신 작업을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 통신 목적으로부터 분리시켰다. [...]

이것은 급진적이었지만 대단히 유용한 단순화였는데, 텍스트, 소리 그리고 영상 같은 별개의 통신 형태들 사이의 공통성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것들은 모두 비트로 분할될 수 있고, 동일한 기술을 사용하여 전송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구식 전화선은 컴퓨터를 인터넷에 연결시키는 용도로 변경되어 활용될 수 있고, 하드 드라이브는 문서, 음악, 사진 또는 영화를 저장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일단 엔지니어들이 무엇이 전송되고 있는지 그리고 저장되고 있는지 분명히 파악하게 되면, 그들은 전자통신 기술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깨달음은 20세기의 다른 한 위대한 획기적인 업적―디지털 컴퓨터의 발명―과 함께 강력한 상승 효과를 낳았다. 비트는 메시지를 충실하게 저장하고 전송하는 데 좋은 것만이 아니다. 또한 비트는 새로운 유형의 메시지를 창출하기 위한 기초로 활용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달성하는 길은 계산, 즉 새로운 유형을 창출하기 위해 기호들―숫자 또는 비트 같은―의 유형을 조작하는 형식적 규칙들을 사용하는 기술을 통하는 방법이다.

계산을 기호 조작으로 간주하는 것의 진정한 힘을 예증하는 데에는 앨런 튜링(Alan Turing)의 천재적 재능이 필요했다.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는 수학적 계산을 수행한 사람이었다. 인간 컴퓨터들은 수천 년 동안 주변에 존재했었던 장치들―예를 들면, 주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19세기 무렵에 주판은 일단의 점점 더 정교해진 기계적 장치들―더하기 기계, 단계적 계산기(stepped reckoner), 미분 분석기, 예측기 그리고 계산기―과 결합되었다. 기계적 컴퓨터는 전기기계적 기계로 대체되었으며, 결국 고체 전자 소자로 대체되었다. 튜링은, 인간이 수행하든 기계가 수행하든 간에, 수학적 계산은 모두 기본적인 기계적 본질로 요약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본질은 1936년에 튜링이 발표한, 현재 튜링 기계(Turing machine)로 알려져 있는 이론적 장치에 의해 포착되었다.

튜링 기계는 네 가지 기본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 셀로 나누어진 무한히 긴 테이프(tape). 각 셀은 미리 규정된 집합에서 끄집어낸, 문자 또는 숫자 같은 기호 한 개를 포함한다. 가장 단순한 집합은 이진 부호 또는 비트, 즉 '0'과 '1'(또는 '오프'와 '온')로 구성된다. 비트의 열은 거명하고 싶은 어떤 기호 또는 숫자도 코드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 헤드(head). 이것은 테이프의 셀로부터 기호를 읽거나 셀로 기호를 적어넣을 수 있으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테이프를 따라 움직인다.

● 레지스터(register). 이것은 튜링 기계의 현재 상태를 저장한다.

● 기계가 하는 일을 규정하는 지시들의 목록(table of instructions). 기계는 한 셀 위에 기호를 지우거나 쓰도록 지시를 받거나, 아니면 새로운 셀 위치로 이동하도록 지시를 받는다. 어쨌든 그 지시는 튜링 기계를 새로운 상태로 옮길 수 있다.

튜링 기계에 대한 입력은 테이프 위에 부호화되고, 지시들이 수행된 이후에 출력은 테이프의 새로운 내용으로 구성된다. 그래서 하나의 계산은 기호들의 한 유형, 입력을 기호들의 다른 한 유형, 출력으로 변환시키는 지시들을 사용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튜링 기계와 관련된 문제는 새로운 계산이 수행되어야 할 때마다 새로운 기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튜링은 언뜻 보기엔 간단한 이런 이론적 기계의 수정 판본―현재 보편 튜링 기계(Universal Turing Machine)로 알려져 있는―이 가능한 모든 계산을 수행할 수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가 이것을 입증한 방식은, 여느 튜링 기계의 지시 목록, 입력 그리고 출력을 보편 튜링 기계의 테이프 위에 코드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튜링은 보편 튜링 기계가 모든 가능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튜링은 매우 단순한 기계적 단계들이, 하나씩 차례로 수행되면, 무한한 수의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수행하는 데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기호들의 간단한 유한 집합이 생각할 수 있는 어떤 열도 거의 다 생성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보편 튜링 기계는 현대 디지털 컴퓨터가 성장된 이론적 씨앗이었는데, 지시들의 목록은 이제 프로그램 또는 코드라고 불리고, 테이프는 이제 메모리라고 불리며, 헤드와 레지스터의 역할은 프로세서에 의해 흡수되었다.


섀넌과 정보 이론의 다른 선구자들은, 소통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기호들로 코드화될 수 있고, 이진 부호가 가장 단순한 가능한 기호들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엔지니어들이 지점 A에서 지점 B로 이런 기호들을 전송하기 위한 더욱 더 효율적인 체계들을 제작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튜링과 컴퓨터 과학자들은, 가장 복잡한 변형까지도 수행할 수 있는 대단히 간단한 기계에서 기호들의 열이 코드화되고, 그래서 새로운 기호들의 열을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을 예증했다. 

정보는 근본적인가? Is Information Fundamental? ―케이트 베커(Kate Backer)

정보는 근본적인가?
Is Information Fundamental?


우주의 근본적 "질료"가 물질 또는 에너지가 아니라 정보라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일부 이론가들이 우리 우주를 관장하는 법칙들에 대한 더욱 더 우아하고 간결한 서술들을 탐색하면서 추구하고 있는 관념이다. 우리 우주가 자체의 모든 풍요로움과 다양성 속에서 정말 한 다발의 비트들일 뿐인가?

정보를 둘러싼 풍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정보란 무엇인가?

이렇다.

위에 나타낸 영상도 정보이다.

그리고 이런 방정식도 정보이다. F = GMm/r^2

"무언가가 방정식, 낱말, 영상 또는 소리로 이루어져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영과 일의 열로 부호화할 수 있습니다." MIT의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 부교수인 스캇 애런슨(Scott Aaronson)이 말한다. 지금 여러분의 컴퓨터가 매우 작은 자석, 축전기 그리고 트랜지스터들을 사용하여 수십억 개 또는 수조 개의 이진수들을 저장하면서 그것을 행하고 있다. "일 세기 전에 이것들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이었지만, 컴퓨터 혁명 때문에 우리는 이 개념들을 항상 다룹니다." 애런슨이 말한다. 모든 열쇠고리에 USB 드라이브가 매달려 있고 아이폰이 모든 주머니의 틈에 끼어 있는 시대에 무엇이든 정보로 표현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는 것은 대단한 도약이 아니다.

그렇지만, 몇몇 이론가들에게 정보는 우리 우주와 그 속의 질료에 대한 서술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실존의 가장 기본적인 통화로서 이론가 폴 데이비스(Paul Davies)가 실재의 "존재론적 기초"라고 명명한 자리를 차지한다.

양자정보의 규칙들이 물리학에 대한 가장 "간결한" 서술을 제공한다고 옥스퍼드 대학과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양자정보 이론 교수인 블라트코 베드럴(Vlatko Vedral)이 말한다. "제가 보기에, 정보는 우리가 상정할 수 있는 다른 어떤 것에 대해서도 훨씬 더 적은 가정들을 필요로 합니다. 물질과 에너지에 대해 말하자마자, 당신은 물질과 에너지를 관장하는 법칙들을 적어야 합니다."

몇몇 헤드라인들이 주장하듯이, 이것은 우리 우주가 정보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가?

"제게 그것은 알맹이 없는 의문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애런슨이 말한다. "물리학에서 물질과 에너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내용물을 갖춘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여러분은 물질과 에너지가 없는 우주를 상상할 수 있다. 우리 우주는 물질과 에너지를 갖추고 있다고 규정하는 것은 그것과 관련된 무언가를 말하며 우리 우주를 다른 가능한 우주들과 구별짓는다. "그런데 저는" 정보 없는 "우주를 어떻게 생각조차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말한다.

그런데, 우주가 어떠한지에 대한 참신한 사유 방식으로서 정보는 컴퓨터과학과 이론 전체물리학―우주의 로제타석, 즉 블랙홀에 의해 표현되는 심원한 연결을 공유할지도 모르는 명백히 다른 분야들―에서 도발적인 연구를 촉발했다. 그러나 블랙홀로 뛰어들기 전에 뒤로 물러서서 정보 자체를 더 깊이 들여다 보자.

모든 메시지는 정보를 포함하지만, 모든 메세지들이 똑같이 창출되지는 않는다. "뜻밖의 것이 높은 정보량을 지니고 있습니다." 베드럴이 말한다. 예를 들면, 일출을 생각하자. "내일 태양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그것과 관련된 신문 기사를 하나도 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물론 태양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중요한 사건일 것입니다."

우리는 실종된 일출처럼 "놀라운 일들"이 일상적 사건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나른다고 직관적으로 감지한다. 대체로 정보 이론의 아버지로 간주되는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은 현재 "섀넌 엔트로피"라고 알려져 있는 양을 규정함으로써 이런 직관을 형식화했다. 어떤 메시지의 섀넌 엔트로피는 각 비트가 특수한 값을 나타낼 확률의 로그의 합과 관련되어 있다. 그것은 장황한 말이지만, 정보의 두 가지 중요한 특징―놀라운 일들의 값, 그리고 정보는 "부가적"이라는 사실, 즉 두 개, 세 개, 네 개 또는 십억 개의 독립적인 사건들에 포함된 전체 정보는 각 사건에 포함된 정보의 합과 같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포착한다고 베드럴은 설명한다.

물리학자들은 엔트로피를 약간 다르게 서술하는데, 흔히 어떤 (체)계의 "무질서"의 견지에서 말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엔트로피는 여전히 동일한 큰 계를 얻으면서 어떤 계의 가장 작은 부분들을 재배열할 수 있는 상이한 방식들의 수이다. 예를 들면, 빨간 레고 블록들로 가득찬 상자는 엔트로피가 높다. 그것을 흔들고 회전시키더라도 여전히 초기 상태의 것, 즉 빨간 레고 블록들의 상자를 갖게 된다. 그런데, 그 똑같은 레고들을 어떤 성으로 조립하면 엔트로피가 감소하게 되는데, 이제 단일한 레고 블록을 움직이면 상이한 "거시적" 계를 얻게 된다.

어떤 시각을 선택하든 간에, 본질적인 결과는 동일하다. 예를 들면, 지금 읽고 있는 매우 특별한 순서로 배열된 다양한 문자, 구두점 그리고 간격들로 이루어진 문단을 고려하자. 그것은 아래와 같은 문단보다 더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고, 그래서 엔트로피가 높다(비록 두 문단은 같은 수의 문자들을 포함하고 있더라도 말이다).

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
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
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
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
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
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
aaaaa

그렇다면, 엔트로피는 그저 메시지의 길이가 아니라 메시지의 정보 내용에 대한 척도를 제공한다.

이제 물리학이 허용하는 최대량의 정보를 보관하는 궁극적인 하드 드라이버를 제작하려고 한다고 상상하자. 물리학은 왜 이런 가상적 하드 드라이브의 정보 저장 용량을 제약해야 하는가? 순전히 고전적인 시각에서 그것에 관해 곰곰히 생각하면, 무한한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런 혼합에 양자역학을 부가하면, 우리의 측정 정확도에 근본적인 한계를 도입하게 된다. 이런 한계 때문에 엔트로피는 대략 제곱미터 당 10^(69) 비트라는 최대 한도를 갖게 된다. "정보를 그것보다 더 조밀하게 채워넣으려고 한다면, 하드 드라이브는 블랙홀로 붕괴될 것입니다." 애런슨이 말한다. 그것은 결코 기발한 주석이 아니다. 블랙홀은 우주 최고의 정보 저장소인 것으로 판명된다(물론 애런슨은, 데이터를 검색하는 데 대략 10^(70)년을 기꺼이 기다리지 않는다면 블랙홀은 매우 실용적인 하드 드라이브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블랙홀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식과 관련하여 기묘한 것이 존재한다. 1970년대에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과 야코브 베켄슈타인(Jacob Bekenstein)이 발견했듯이, 블랙홀의 엔트로피는 반지름 Rs의 가상적 구형 껍질에 의해 규정되는 블랙홀의 이차원 표면적에 따라 증가한다. 이것은 당혹스러운데, 책 또는 하드 드라이브 같은 어떤 객체에 채워넣을 수 있는 정보량은 그 객체의 표면적이 아니라 그것의 삼차원 부피에 따라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할 것이다.

이런 불일치는 이론적 불가사의를 넘어선다. 물리학자들에게 그것은 물리학의 근본 법칙들이 전통적인 삼차원보다 이차원에서 더 단순한 표현을 가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고등과학원에 있는 아르헨티나 물리학자 후안 말다세나(Juan Maldacena)는 1997년에 이 착상을 이용하여 공간 차원이 더 낮고, 하나의 시간 차원을 가지며, 중력이 없는 우주와 우리 우주 사이의 수학적 "이원성"을 이끌어내었다. 이것은 간편한 수학적 뒷문을 제공하는데, 이 영역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저 영역에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일부 이론가들에게 그런 이원성은 그저 수학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가 체험하는 대로의 우주는 사실상 멀리 떨어진 어떤 우주 경계에서 부호화된 정보의 투영일지도 모른다고 그들은 말한다. 이 경계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 그리고 투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여전히 미해결의 의문이지만, 이런 이론가들은 우리 실재는 본질적으로 박물관 상점 우편엽서 위에 그려진 은빛 영상과 유사한 홀로그램일지도 모든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런 특이한 플롯 진전에 대해서 정보 이론에 감사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홀로그램 원리"의 실제적 응용을 상상하기가 어렵다면, 양자정보가 계산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이해하기는 훨씬 더 쉽다. 그것은 양자정보가 고전정보와는 다른 기본 특성들을 갖기 때문이다. 고전정보를 구성하는 비트는 일 아니면 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양자정보를 구성하는 "큐비트(qubit)"는 "일"과 "영" 상태들의 중첩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큐비트는 두 상태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중첩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큐비트는 완전히 격리된 채로 존재해야 한다. 그런 격리가 교란당하자마자 중첩 상태는 붕괴된다.

"양자정보는 꿈 속의 정보와 유사합니다." 최근에 미합중국 과학진흥협회 연례 모임의 강연에서 IBM 연구소의 양자정보 과학자 찰스 베넷(Charles Bennett)이 설명했다. "그것을 서술할 때 당신은 그것에 대한 기억을 바꿉니다." 이것은 컴퓨터의 바람직한 성질인 듯 들리지 않을 것이지만, 얽힘과 결합되면 그것은 어떤 유형들의 계산들을 수행하는 속도를 대단히 증가시키고 완벽하게 안전한 암호화된 메시지를 전송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예일 대학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브 거빈(Steven Girvin)이 지적하듯이, 그것은 암호화 열쇠에 적합한 진정으로 무작위적인 숫자들을 생성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양자암호학은 이미 어떤 은행 거래들과 다른 대단히 안전한 전송들에 상업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두 번째 양자 혁명―정보 혁명―은 전적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거빈이 말한다. "양자약학적 (체)계들의 정보가 고전적 계들의 정보 내용과 다르다는 점과 무언가에 대해 확신이 없다는 것이 사실상 나쁘기보다는 좋을 수 있다는 점을 꺠닫고 기묘함을 파악하는 데 수십 년이 결렸습니다."

양자정보는 유용한 것이지만, 그것이 우리 실재의 본질적 특성에 관해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일부 사상가들은 그것이 우리 우주 전체가 자체적으로 하나의 양자 컴퓨터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주장한다. "저는 이 이미지를 좋아합니다." 베드럴은 그 유비가 불완전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우주의 나머지 부분을 내가 내 [보통] 컴퓨터를 프로그램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할 수 있는 것으로 다룰 수 있는지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럴 수 없다고 베드럴은 말한다. "당신은 여전히 물리학의 법칙들의 제약을 받고, 그래서 유한한 어떤 양의 자원을 갖습니다. 당신이 결코 수행할 수 없을 계산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우주 양자 컴퓨터가 고유하게 할 수 있는 계산은 그것 자체의 진화를 계산하는 것이다.


정보가 사유의 유용한 전략인지 또는 더 심원한 것인지 우리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 이론들이 우리에게 정말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여전히 애쓰고 있습니다." 베드럴이 말한다. "당신은 상상력의 도약을 이루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