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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5일 수요일
하이퍼역사 시대와 자율기술의 출현
하이퍼역사 시대와 자율기술의 출현 이탈리아 출신의 옥스퍼드 철학자 플로리디(Luciano Floridi)는 디지털에 의해 추동되는 오늘날의 정보혁명은 정보기술의 관점에서 역사시대의 출현 에 비견되는 하이퍼역사(hyperhistory) 시대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고 주장한 다.7) 문자 체계, 즉 쓰기나 기록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역사시대는 그 자체 가 이전의 선사시대와 구분되는 일종의 정보시대(age of information)라고 말 할 수 있다. 역사시대는 데이터의 기록과 저장, 계승에 의해 규정된다. 인쇄 술의 발명과 대중매체의 출현은 정보의 전승이나 유통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은 역사시대의 중대한 분수령이다. 그런데 플로리디는 최근의 디 지털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이 기존 정보기술에 정보나 데이터의 가공 ㆍ처리(processing) 능력을 더함으로써 하이퍼역사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 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이퍼역사시대와 역사시대를 구분 짓는 중요한 기준은 우리의 삶이 정 보기술에 의존하는 정도이다. 역사시대의 정보기술도 우리 삶의 중요한 한 요소로서 개인이나 사회의 안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하이퍼역사 시대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개인이나 사회의 발전 혹은 유지가 ICT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이다. 정보는 근원적인 자원인 동시 에,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와 그에 대한 처리, 그리고 ICT의 자율적인 정보 처리가 개인이나 사회, 인류의 복지, 유지, 발전, 번영을 위한 본질적인 조 건으로 작용하는 시대가 바로 하이퍼 역사시대인 것이다
- 하이퍼역사시대와 역사시대를 구분 짓는 중요한 기준은 우리의 삶이 정 보기술에 의존하는 정도이다
- 하이퍼 역사시대의 또 다른 특징 중의 하나는 정보(데이터)의 양이다.
- 데이터의 양이 전부인 것은 아니다. 데이터의 양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오히려 디지털 정보의 가소성에 의해 가능해진 자율적 기술 체계(system) 혹은 지능적인 인공 행위자의 등장이다. 플로리디가 말하는 ‘3차 기술 (third-order technology)’의 개념을 통해 이를 설명해 보자.10) 기술이란 기본 적으로 그 사용자와, 사용자로 하여금 그 기술의 사용을 유도하거나 촉발시 키는 촉진자(prompter), 그리고 이 둘 사이를 매개하는 사이성 (in-betweenness)으로 분석될 수 있다.
디지털 ICT의 출현이전에 우리에게 익숙한 대부분의 기술은 1차 기술이 나 2차 기술에 해당한다. 1차 기술은 인간 사용자와 자연의 촉진자 사이를 매개하는 기술이다. 가령 도끼는 인간 사용자와 나무 사이를 매개하는 기술 이며, 바퀴는 인간과 흙 사이를 매개하는 기술이다. 이에 비해 2차 기술은 촉진자가 자연이 아니라 다른 기술로 대체된다. 즉 인간 사용자를 촉진자인 다른 기술과 연결하거나 매개하는 기술이 바로 2차 기술인 것이다. 가령 드 라이버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나사못(기술)을 조인다. 물론 이때 나사못의 촉진자는 이를 이용하여 결합되는 나무판자들일 것이 며, 그런 의미에서 인간과 나무판자를 매개하는 1차 기술로 간주될 수 있 다. 이러한 도식 속에서 2차 기술은 다양한 1차 기술들과의 상호의존성을 함축한다.11) 플로리디에 따르면, 2차 기술의 핵심적인 사례가 다른 기술들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엔진이다. 엔진은 근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술로 서 산업혁명과 그 뒤를 잇는 기계문명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근대적인 기계문명에서 하이퍼 역사의 정 보(기계)문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이다. 하이퍼 역사 시대의 중심 기술은 엔진으로 대표되는 2차 기술이 아니라, 정보엔진으로서의 컴퓨터가 그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3차 기술이다. 3차 기술은 사용자와 촉진자 모두가 기술로 이루어지며, 사이 기술로서의 3차 기술의 역할은 기술들 사이를 매 개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제 더 이상 기술의 사이성 고리 안에 존재하지 않 거나 그 고리의 바깥 경계에 걸쳐진 상태로 존재하면서, 그러한 기술의 수 혜자나 소비자로 남게 된다
근대적인 기계들은 그 작동을 위해서 여전히 인간을 필요 로 했다. 하지만, 3차 기술에 의존하는 하이퍼 역사 시대의 기계들은 원리 적으로 그것들만의 네트워크를 통해 인간 독립적으로 작동가능하다. ICT의 발전이 정보 데이터를 자동으로 처리하고 스스로 판단, 선택, 행동하는 자 율 기계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 자율기술과 플로리디의 정보 윤리, 신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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