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권에서의 삶
Life in the infosphere
몇 가지 중요한 예외(예를 들면, 고대 문명의 항아리와 금속 연장들, 판화들 그리고 구텐베르크 이후의 책들)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객체들의 세계에서 객체 유형들의 세계―모든 것을 서로 동일하게 완벽히 재생산할 수 있고, 그래서 분간할 수 없으며, 그 결과 상호작용들의 허용 범위가 전혀 축소되지 않은 채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처분할 수 있는―로의 이행을 정말로 특징지었던 것은 산업 혁명이었다. 우리 선조들이 말 한 마리를 구매할 때 그들은 '전형적인' 말이 아니라 이 말 또는 저 말을 구매했다. 오늘날에는 두 대의 자동차가 사실상 동일하고, 그래서 어떤 모형의 개별적 '화신'이 아니라 그 모형을 구매하도록 부추긴다는 점이 명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상 우리는, 건물 전체에 대해서도, 수리를 교체와 같은 뜻으로 간주하는 객체들의 상업화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것은 보상 형식으로서 정보적 브랜드화와 재전유라는 우선적 처리 방식을 낳았다. 수천 대의 다른 자동차들과 완벽하게 동일한 자기 자동차의 창에 스티커를 붙이는 사람은 개체성을 지원하는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보 혁명은 이 과정을 더욱 더 악화시켰다. 윈도우 쇼핑이 윈도우즈 쇼핑이 되어서 더 이상 거리를 걷는 것이 아니라 웹을 검색하는 것을 의미하게 되면, 개인적 정체성에 대한 감각 역시 부식되기 시작한다. 독특하고 교체할 수 없는 존재자로서의 개체 대신에 우리는 온라인 상에서 수십 억 명의 다른 유사한 정보적 유기체들에 노출된, 다른 익명의 존재자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대량 생산된 익명의 존재자들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블로그와 페이스북 항목들, 홈페이지, 유튜브 비디오 그리고 플릭크를 사용함으로써 정보권에서 자신을 브랜드화하고 재전유하게 된다.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가 모든 종류의 유행 광들에게 낙원이어야 하는 것은 전적으로 합당한데, 그것은 디자이너와 창의적인 예술가들에게 새롭고 유연한 플랫폼을 제공할 뿐 아니라, 사용자(아바타)들이 자기 정체성과 개인적 취향에 대한 가시적인 징표들을 획득해야 한다는 압력을 격심하게 느끼는 바로 그런 맥락이다. 마찬가지로, 사생활 권리에 대해 대단히 신경 쓰는 사회와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들의 성공 사이에는 모순되는 점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에 관한 정보가 정보적으로 덜 익명적인 것이 되도록 그 정보를 사용하고 노출시킨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이 개별자로 식별할 수 있도록 자신을 구성하기 위해 공적으로 투자될 수 있는 귀중한 자본을 축적하는 거의 유일한 방식인 것처럼 우리는 높은 수준의 정보적 사밀성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내가 방금 묘사한 것들과 같은 과정들은 정보 혁명에 의해 초래된 훨씬 더 심원한 형이상학적인 이동의 일부이다. 대략 지난 십 년 동안 우리는 온라인 상에서의 우리 삶을 디지털 환경에 대한 인간 행위자들의 진화적 적응과 인간들에 의한 디지털 공간의 탈근대적인 신식민지화의 한 형태 사이의 혼합물로 개념화하는 데 익숙해졌다. 그런데 진실은 정보통신기술이 새로운 실재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만큼이나 우리 세계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탄소에 기반을 둔 아날로그적인 오프라인)과 저곳(실리콘에 기반을 둔 디지털적인 온라인)의 경계는 빠르게 흐릿해지고 있지만, 이것은 전자만큼이나 후자에게도 유리하다. 디지털적인 것이 아날로그적인 것으로 넘쳐 흘러 합병되고 있다. 최근의 이런 현상은 "유비쿼터스 컴퓨팅", "엠비언트 인텔리전스", "사물 인터넷", 또는 "웹 증강 사물"처럼 다양하게 알려져 있다.
인공물과 전체 (사회적) 환경과 생활 활동의 정보화의 증가는 정보화 이전 시대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기가 곧 어려워질 것이고(예를 들면, 2000년에 태어난 사람에게 세계는 항상 무선적이었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구분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시사한다. GPS의 지침에 따르면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일상적인 경험은 누군가가 온라인 상에 있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하게 되었는지 분명히 보여준다. 그것을 극적으로 서술하면, 정보권이 여타의 공간을 점진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미래에는, 더욱 더 많은 객체들이 서로 배우고 충고하며 소통할 수 있는 IT 존재자(ITentity)들일 것이다. 좋은 일례(그러나 그것은 한 가지 예일 뿐이다)는 바코드처럼 어떤 객체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원격으로 검색하며 그것에 독특한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는 전파 식별(RFID) 태그에 의해 제공된다. 태그는 종이보다 훨씬 더 얇고 0.4 제곱밀리미터의 면적 범위를 측정할 수 있다. 매우 작은 이런 마이크로칩을 인간과 동물을 비롯한 모든 것에 주입하면 IT 존재자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것은 과학소설이 아니다. 시장조사 기업 인스탯(InStat)의 보고서에 따르면, RFID의 전 세계 생산량은 2005년과 2010년 사이에 25배 이상 증가하혀 330억 개에 이르렀을 것이다. 330억 개의 이런 IT 존재자들을 수억 개의 PC, DVD, 아이포드 그리고 이용할 수 있는 다른 정보통신 기기들과 네트워크로 결합시킨다고 상상하면, 정보권이 더 이상 '저곳'이 아니라 '이곳'이며 거주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이키 센서와 아이포드는 이미 서로 이야기한다.
현재 노인 세대들은 여전히 정보의 공간을 접속하고 단속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세계에 대한 우리의 견해(형이상학)는 여전히 근대적인 것, 즉 뉴턴주의적인 것인데, 세계는 상호작용하지 않고, 반응하지 않으며, 소통할 수 없거나 학습할 수 없거나 기억할 수 없는 '죽은' 자동차, 건물, 가구, 옷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선진적인 정보 상회에서는 우리가 여전히 오프라인 상에서 세계로 경험하는 것은 실시간으로 a4a(anywhere for anytime)로 작동하는, 도처에 편재된 무선 a2a(anything to anything) 정보 과정들로 이루어진 전적으로 상호작용적이고 더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는 환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세계는 우선 그것을 '인공적으로 살아있는' 것으로 이해하도록 부드럽게 요청할 것이다. 세계의 이런 생기화는 역설적으로 우리의 견해를 자연의 모든 측면에 목적론적 힘이 거주한다고 해석한 기술 이전 문화들의 견해와 더 가깝게 만들 것이다.
이것은 정보적 견지에서 형이상학을 재개념화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실제 현실'이 그곳에 거주하는 기계들의 금속만큼이나 여전히 딱딱한 <매트릭스(Matrix)> 같은 시나리오에 의해 표현되는 디스토피아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의 사이버네틱스 이후의 허구적 거대도시인 뉴포트 시티 같은 환경에 의해 표상되는 진화적인 혼성적 의미에서 세계를 정보권의 일부로 간주하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정보권은 진정으로 '물질적인' 배후 세계에 의해 지지되는 가상적 환경이 아니라, 오히려 정보권의 일부로서 점점 더 정보적으로 해석되고 이해될 세계 자체가 될 것이다. 이런 변화가 끝날 무렵에 정보권은 정보의 공간을 가리키는 한 방식에서 실재와 동일시되는 것으로 변환되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점점 더 쉽게 수용할 수 있게 될 그런 종류의 정보적 형이상학이다.
일상적 환경의 그런 변형의 결과로 우리는 점점 더 동시화되고(시간), 탈국소화되며(공간), 서로 관련될(상호작용) 정보권에서 살게될 것이다. 이전의 혁명들(특히 농업 혁명과 산업 혁명)은 흔히 그다지 예견하지 않은 채 우리의 사회 구조와 건축 환경의 거시적 변형을 초래했다. 정보 혁명도 못지 않게 극적이다. 우리가 미래 세대들이 거주할 새로운 환경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이 책의 말미에서 우리는 예견할 수 있는 문제들을 피하고 싶다면 정보권의 생태학에 관해 연구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알게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정보권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보존될 필요가 있는 공통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얼마간의 시간과 전적으로 새로운 교육 및 감성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것은 확실한 듯 보이는데, 디지털 격차는 일종의 단절이 되어서 정보권의 주민이 될 수 있는 사람들과 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 내부자들과 외부자들 사이에, 정보가 풍부한 사람들과 정보가 빈약한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형태들의 차별을 생성할 것이다. 디지털 격차는 전 세계 사회의 지도를 다시 그릴 것인데, 세대적, 지리적, 사회경제적 그리고 문화적 격차를 생성하거나 넓힐 것이다. 그런데 그 간극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거리로 환원될 수 없을 것인데, 그것은 사회들을 가로질러 횡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의 디지털 슬럼가들에 대한 기반을 준비하고 있다.
―― 루치아노 플로리디(Luciano Floridi), <<정보: 매우 짧은 입문(Information: A Very Short Introduction)>>(2010), pp.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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